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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은 환경부가 장례식장에서의 1회용품 사용을 금지하기 시작한 날이었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A장례식장에서 상을 치른 한 상주는 ‘상주 측에서 준비하면 괜찮다’는 예외조항을 이용해 1회용품으로 조문객을 맞이했다.
이 상주는 “한꺼번에 많은 손님을 맞아야 하는데 음식을 빨리 대접하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병원 관계자는 이에 관해 “이제껏 1회용품은 상주가 가지고 왔다. 공문이 온 것도 없고 법이 시행되는 줄도 몰랐다”고 전했다.
같은 날 여의도의 B병원에는 빈소마다 회사 마크가 찍힌 일회용품들이 가득 쌓여있었다. 상을 당한 사원들에게 회사에서 직원복지 차원에서 제공한 것으로 종이컵과 나무젓가락, 각종 플라스틱 그릇들이 세트로 갖춰졌다. B병원 사무장은 “손님을 맞기도 바쁜데 누가 설거지를 하겠느냐. 상갓집에서 시끄럽게 식기 세척기를 돌리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난 14일부터 지난해 개정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일부 결혼식장과 회갑연, 장례식장에서 1회용품 사용이 제한됐지만, 현장에서는 “상을 치르는 중에 설거지를 하라는 것이냐. 관혼상제의 특성을 무시한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환경부는 이번 규제에 따라 장례식장 140곳 내외에서 1회용품 사용이 제한된다고 전했다. “혼례와 회갑연의 경우 다회용 식기와 수저 사용이 일반화됐다. 장의 관련 서비스업이 급성장하면서 장례시설에도 위생문제로 1회용품 사용할 명분은 사라졌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나 장례업계는 상주가 일회용품을 마련하면 괜찮다는 예외조항을 두어 이 겨우 규제에서 제외되고, 모든 책임이 업장에 떠넘겨져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C병원 장례식장 행사본부장은 “장례를 치르는 상주 90% 정도는 자신이 일하는 회사에서 장례 일회용품을 3~4박스씩 중복해서 받아오는데 대부분이 고스란히 쓰레기통으로 간다. 남발하는 회사 장례용품을 통제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꼬집었다.
장례식장에는 이미 다회용 식기세트가 준비돼 있지만 상주들이 설거지할 여유도 없고, 회사에서 넉넉하게 제공하는 일회용품을 거절할 이유도 없어 대부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D장례식장 관계자는 “하루 평균 2,000명 정도의 조문객이 오는데 빈소마다 마련된 그릇 60개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그릇을 더 마련하면 식기세척기와 설거지 인력 등 추가비용이 상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 장례지도사는 “장례식장에는 많은 일손이 필요해 상주에게 비용이 전가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규제하면 일회용품 비용 절약보다 새로 들어가는 비용이 더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환경부와 소비자단체 등은 ‘친환경 장례문화 캠페인’을 계속 추진해 ‘1회용품 줄이기’를 조기에 정착시킨다는 계획으로 이번 규제가 대형병원 중 세척과 조리시설을 갖춘 곳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실효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이행순 녹색소비자연대 팀장은 “다회용 용기를 이용하면 불편할 것 같다는 막연한 인식이 있지만 이는 기우다. 다회용 용기만 사용하는 장례식장에서도 장례식이 무리 없이 잘 진행되고 있다. 일회용품은 포화상태이고 근절돼야 한다. 자원을 아끼고 깨끗한 장례문화를 만들자는 ‘웰다잉’ 취지에서 캠페인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조뉴스 이화종 기자> |